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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뻥이요!” 골목에서 터지는 소리에 아이들이 몰려들던 시절이 있었다.
그때 본 뻥튀기 기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, 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고온·고압 실험 장치였다. 쌀이나 옥수수 알갱이를 기계에 넣고, 갑자기 뚜껑을 열자마자 펑 하고 부풀어 오르는 그 모습은 흡사 화학 실험 같았다.
하지만 이 현상은 그냥 재미있는 볼거리가 아니다. 뻥튀기에는 우리가 열역학과 물리화학 시간에 배운 원리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.
1. 수분의 역할 – 내부 압력의 근원
곡물, 특히 쌀에는 약 10~15%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다.
이 수분은 고온 환경에서 증기로 변하며 내부 압력을 증가시킨다.
내부 압력 = 곡물 내부 수분이 100℃ 이상에서 증발하여 차오른 것
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서서히 증발하지만, 뻥튀기 기계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갑자기 압력을 해제하면 수분이 순간적으로 터지며 곡물을 폭발시킨다. 이게 바로 뻥튀기다.
2. 전분의 팽창과 파괴
곡물 내부에는 전분질이 있다.
이 전분은 고온에서 젤화(gelatinization)되며 점성이 높아진다.
압력이 해제되는 순간, 전분질이 급격히 팽창하며 기포 형태로 굳어버린다. 이 구조가 뻥튀기의 부풀고 바삭한 조직감을 만들어낸다.
3. 곡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
- 쌀: 점도가 낮고 균일한 팽창
- 옥수수: 수분 함량이 높고 껍질이 두꺼워 폭발력 강함
- 보리: 낮은 전분 밀도 → 덜 부풀거나 튀기면 깨짐
즉, 어떤 곡물을 쓰느냐에 따라 뻥튀기의 결과는 다르며, 이를 실제로 비교 실험해보는 것도 흥미롭다.
결론
뻥튀기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, 수분, 압력, 전분 반응, 팽창력 등 다양한 과학 원리가 총집합된 조리 실험이다.
이제는 지나간 추억처럼 여겨지지만, 그 안에는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.
다음에 뻥튀기를 볼 때는, 그 안에 숨겨진 과학을 떠올려 보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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